여행이라는 건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에는 새싹이 피어 오르듯 마음이 몽실몽실 해지고,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처럼 활기가 차오르고,
가을에는 서늘한 바람처럼 마음이 차분해지고,
겨울에는 차가운 눈 꽃송이가 마음에 내려와 가슴을 데워준다.
계절에는 저마다 다른 냄새가 있다.
봄에는 싱그럽고 따듯한 엄마의 품 냄새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이 젖은 흙을 말리듯 친구들의 땀냄새
가을에는 간지러운 바람처럼 손만 잡아도 떨리는 연인의 냄새
겨울에는 길거리에 등유 난로 냄새와 일 마치고 들어온 따듯한 아빠의 냄새
계절마다 각기 다른 냄새와 감정이 있다.
그래서 난 계절 여행을 좋아한다.
오늘은 어디로 떠나볼까, 생각만으로 설레이는 여행
아침에 사근히 일어나 닫힌 커튼을 열어 본다.
따듯한 봄의 햇살이 먼지 쌓인 책상 위와 방금 부화한 누에와 같은 이불을 비추어 본다.
먼지를 닦지도 말고 이불 정리를 하지도 말고
어디로 갈지 생각해본다
봄에는 멀지 가지 말자 따뜻하지 않은가,
앞으로 여정을 위해 가까운 곳으로 생각해 본다.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리듯 봄에는 잠시 움츠리고 있어 보자.
햇빛을 받으며 덜컹 거리는 고물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창문을 열어 살랑이는 꽃내음을 맡으며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가보자.
조용한 시골 마을에 있는 작은 카페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봄의 향기와 새싹들이 일어나는 소리를 들어보자.
남은 계절은 어떤 여행을 할자기 마음속에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다시 작은 시골 카페에서 나와 걸어본다 차가운 바람도 뜨거운 바람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 그렇다고 따뜻한 바람도 아닌 바람이 불어온다.
옆에는 개울이 흐르고 가로수길 양 옆으로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줄을 지어 있고,
땅에는 한 겨울 내내 얼었다 녹은 흙과 땅 그 땅속에서 피어 나오는 새싹들과 야생화
그 길을 신발을 벗고 걸어보자 조용히 걷다 보면 겨울 내내 꽁꽁 겨울잠을 자던 풀벌레와 겨울동물들이
숨어있다 나오는 것처럼 내 마음속에서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언제 한번 살면서 관심 없던 풀 위에 놓인 무당벌레, 나무 위에 매달린 거미가 보인다.
그렇듯 마음을 비우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비워진 마음에 채워진다.
여름에는 멀리 떠나보자 여름만큼 활기 찬 계절은 없다 봄에 피어난 새싹들이
나 이제 어른 되었어요 하듯 자랑 스래 꽃을 피워놓고 나를 노려 본다.
그만큼 활기가 있는 계절이다. 나 혼자가 아닌 친구, 가족, 그리고 연인과 함께 떠나보자
시원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로, 시원하게 내리치는 계곡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놓은 산으로
어디든 좋다.
바닷가에 가면 시끄러운 사람들 소리와 친해져 보자
친구와 함께 갔다면 통기타를 매고 해변에서 기타 치며 노래를 불러보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뜨거움을 즐겨보자
계곡에 가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친해져 보자.
낮은 물가에 물장구치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나의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준다
가족과 함께 갔다면 나무그늘 밑에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어보자.
계곡물에 잘 담가놓은 수박 한 통이 내 지친 여름날의 더위를 식혀준다.
계곡물에 발을 담가 풀피리를 불러보자.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피해있던
풀벌레가 합주를 해줄 것이다.
산으로 갔다면 산새 소리와 친해져 보자.
정상까지 함께 할 나의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연인과 함께 갔다면 손을 잡고 걸어 보자 내가 지치면 잡아 줄 것이고 연인이 지치면 내가 잡아 줄 것이다.
그늘진 땅에서 올라오는 젖은 흙냄새가 나의 땀을 식혀준다.
한 번에 정상까지 가지 말고 언덕 위에 앉아 연인과 싸 온 김밥을 나눠 먹어보자
도토리를 찾던 다람쥐가 벗이 되어 함께 쉬어보자
가을에는 바람을 따라 떠나보자
가을바람은 내 마음까지 훔쳐가는 듯하다.
책을 가지고 낙엽이 떨어지는 곳으로 따뜻한 커피를 담아 노랗고 빨갛게 핀 은행잎과 단풍이 있는 곳으로,
떨어지는 낙엽이 나의 책갈피가 되어 줄 것이다.
어차피 다 읽지도 못한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 것인가.
그렇듯 가을은 핑계가 좋은 계절이다.
날이 서늘해져 떨어지는 낙엽이 있고, 핑계되듯 어떻게든 더 버텨보기 위한 단풍과 은행잎이 있듯이.
나도 떨어지는 낙엽 밑에서 다 읽지도 못하는 책, 낙엽으로 핑계 삼아 책갈피를 만들어보자.
내 마음이 지금 좀 그래 싱숭생숭해 흔들리는 갈대처럼 왔다 갔다 해.
떠나기 좋은 핑계이다. 가을은 상상하기 좋은 계절이다.
온통 갈색 빛으로 물들어 내가 원하는 색을 입히기에는 아주 좋다.
눈을 감고 마음에 그림을 그려보자.
겨울에는 온기를 따라 떠나보자
어디든 좋다 겨울 바다도 겨울 산도 가슴속에 그동안 가져왔던 불씨를 가지고
내 마음으로 떠나보자 꽁꽁 언 손을 녹이며 주머니 속에 있던 천 원짜리 한 장
소복이 내린 눈을 밟고, 포장마차에서 파는 따끈한 어묵 국물을
구세군 울리는 벨 소리,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 아껴두었던 털장갑과 목도리를 둘러메고
거리를 나가 보자, 형형색색 계절을 무시하듯 회색빛에 가까운 겨울에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비웃듯 장식을 하고 요즘에는 도시가스 보편화로
볼 수 없는 등유난로 냄새 옛 정다운 골목길에 들어가면 등유난로 냄새와 등유 보일러 냄새가
코 끝을 찌르고 나의 어릴 적 엄마가 사다준 귤을 이불속에서 까먹던 시절이 생각난다.
나는 그렇다 겨울에는 따듯한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놓고 이불속에서 귤을 먹으며
깊은 낮잠에 잠들고 일어나 두꺼운 외투를 둘러 입고 거리를 나서본다.
다른 계절과 달리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들을 즐기고,
창가가 있는 술집을 나가보자. 눈 내리는 날에 어묵탕에 소주 한 병 먹고 차가워진 내 몸을
내 몸에 반갑지도 않은 소주로 데워 놓고 빨개지 볼을 어루만지며 눈을 맞아 보고,
눈 쌓인 곳에 누워도 본다 오로지 겨울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고, 겨울에 해야 그 맛이 살아난다.
그렇게 방랑자 마냥 온 거리를 누비다 집에 들어와, 이불과 장판 밑으로 손을 넣어 온몸을 녹이며
둥굴레차를 마시며 깊은 겨울밤에 잠들어 본다.
이렇게 계절 여행을 마치고 다음 계절여행을 준비해 보자.
*저는 작가도 아니고 뭣도 아니므로 글의 순서나 맞춤법 기타 등등이 뒤죽박죽이어도
그냥 곧이곧대로 마음에서 우러나고 머리에서 생각난 내로 적은 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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